[동아일보]줄기세포 치료 후 연골 재생…퇴행성관절염 치료 ‘신세계’ 열렸다[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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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0 Comments 5,104 Views 19-12-02 10:20본문
사진 동아DB
11월 24일 충남 예산군 윤봉길 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천하장사 결정전에서 김찬영(24·연수구청)을 3-0으로 꺾고 천하장사에 우뚝 선 장성우(22·영암군민속씨름단)는 고교시절 씨름을 포기할 뻔했다. ‘박리성 골관절염’을 진단한 유명 대학병원에서 은퇴를 권유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박리성 골관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적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박리성 골관절염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조기 진행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나이 들어 자칫 걷지도 못할 수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에겐 치명적인 질병이다. 하지만 장성우는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을 포함해 두 번에 걸친 수술 끝에 연골을 재생시켜 씨름을 계속할 수 있었고, 두 차례나 백두장사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씨름 인생을 살고 있다. 장성우의 무릎 연골 수술 성공 스토리는 올 3월 국제 학술지인 임상 정형외과·외상 저널(Journal of Clinical Orthopaedics and Trauma)에 실렸다.
최근 줄기세포 치료법이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신세계’를 열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행성관절염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용 연한 15년에서 20년인 인공관절이 최선의 치료법이었는데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관절 가운데 무릎 관절은 특히 중요하다. 손상되면 당장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신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무릎 연골이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생활하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쪼그려 앉으면 무릎부터 망가진다. 신체를 단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때 무릎 관절이 다치는 일도 많다. 스포츠나 운동을 하면서도 손상되기도 한다. 무릎 뼈와 뼈가 부딪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연골이 한쪽으로 눌려 조금씩 닳아 없어져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시고 아프다. 결국 두 다리로 잘 걷지 못해 하체 근육이 사라지면서 노년기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다. 건강한 무릎은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골 관련 줄기세포 치료법은 줄기세포 추출 방법에 따라 2가지 종류가 있다. 자가 줄기세포와 타가 줄기세포. 말 그대로 자가 줄기세포는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하고 타가 줄기세포는 타인에게서 추출한다. 타가는 제대혈에서 추출한다. 제대혈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이식하려면 양이 엄청 많아야 하는데 자가 줄기세포는 세포 카운트가 안 되고, 제대혈 줄기세포는 세포수가 카운트 되는 정량화된 방법이다.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해 한 케이스 당 750만개가 되지 않으면 출시를 막는다.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법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다.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배양을 해서 아픈 무릎에 이식시킨다. 치과에서 충치를 제거하듯 없어지거나 찢어진 연골을 깨끗하게 걷어내고 무릎 골수에 구멍을 내서 줄기세포를 이식시킨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줄기세포를 ‘만능 세포’라 부르는 이유다. 퇴행성 및 외상성 관절염 모두에 시술이 가능하고 회복률이 아주 높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3·네덜란드)이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걷던 히딩크 감독은 2014년 1월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히딩크 감독 이후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만 1500명이 넘는 환자가 치료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천하장사’ 장성우의 수술을 집도한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0)은 “무릎 연골 줄기세포 치료법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60세 이전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보통 65세까지 기다렸다 인공관절을 하라고 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이기 때문이다. 50대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10년 넘게 고생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나이에 상관이 없다. 젊을수록 연골 재생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수술은 65세 이전까지는 언제든 해도 완치율이 높다. 70세 이후는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연골의 수명은 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갓 치료가 시작돼 그 연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선 걷는 자세가 바르고 외상을 입지 않으면 30년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 올해로 수술 받은 지 6년째를 맞는데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수술 후 회복됐을 때와 똑같은 상태라고 송준섭 원장은 전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연골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500~2500만 원이다. 보통 1500만 원인데 배양된 줄기세포를 많이 써야 할 경우 비용이 올라간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200~300만 원이면 할 수 있다. 인공관절은 보험이 적용 돼 400~500만 원 정도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